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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경험담

내 얼굴에 있는 대상포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by 온나인장인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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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상포진에 걸린지 8일이 넘어가고 있다. 정말 끔찍한 날들을 경험했지만 지금은 숨통이 좀 트인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지만 지금은 잘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심이 생겼다. 그러면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 이야기 해보겠다. 이 글을 읽고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막연한 두려움 상태에서 뭐라도 빨리 행동해서 고통의 시간을 줄이게 되기를 바란다.

 

제 1일차 : 23년 4월 22일 토요일

 여친이 코스트코 장보러 가자고 한다. 나는 직감을 했다. 오늘은 정말 피곤하다는 것을... 그래서 여친에게 오늘은 많이 피곤하니 혼자 다녀왔으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여친은 당장이라도 삐질것같은 표정을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같이 집을 나서게 되었다. 보통 여친은 코스트코에 가면 2시간정도 장을 본다. 모든 코너를 구경하면서 할인정보를 체크한다. 1시간쯤 지났을까... 왼쪽 눈이 따갑기 시작했다. 나는 피곤함때문에 눈이 힘들어하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도가 좀 심했다. 그래서 여자친구를 따라다니기를 그치고 자리에 서있을테니 돌고오라고 했다. 내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진다. 눈을 뜨고있기 힘듦이 느껴졌다. 코스트코 장보기를 마치고 집에와서 이야기를 했다. 눈이 너무 아프다. 피곤해서 그런것 같으니 일찍 쉬어야겠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 일찍 잠을 청했다.

 

제 2일차 : 23년 4월 24일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데 여전히 눈이 불편했다. 아침에 처음 눈을 뜨는 것이고 눈꼽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 눈을 비벼본다. 굉장한 이물감이 느껴졌고, 일단 화장실에 가서 눈을 씻어보도록 한다. 어젯 밤에도 눈이 살짝 붉은기가 있었는데, 잠을 자고난 지금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많이 피곤했나보다.. 라고 생각이 들었고, 항상 그렇듯 교회에 갈 준비를 했다. 눈을 정상적으로 뜨고 있기 힘들었다. 교회에 도착했는데 평소에 많이 하지 않던 기도를 오래하게 되었다.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더 편했다. 그러다보니 정신이 떠나기 쉽상이었다. 주변에서 물어보더라. 밤샜니? 이상하게 눈이 아프다고만 대답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오늘도 일찍 잠을 자서 회복해야겠다! 라고만 생각하고 19시정도에 잠에 들었다.

 

제 3일차 : 23년 4월 25일 월요일

 이상하다... 분명 잠을 많이 잤는데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았다.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하겠는가. 그런데 오늘은 정말 안타깝게도 너무너무 바쁜 날이다. 수요일에 일본 출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PCR검사도 받아야 하고, 출장서류준비도 상당히 촉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부서원들을 돌보아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의 일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회의도 몇개 잡혀있었다. 그래서 일단 맡겨진 일을 최대한 처리하는 데에 집중을 하였다. 참 힘든 하루였다. 컴퓨터도 말썽이어서 전산팀에 몇번이고 요청을 했고, 오후 4시가 되어서 컴퓨터를 수거해주었다. 길고긴 전쟁 끝에 강제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컴퓨터가 없는 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정당하게 땡땡이 칠 수 있는 입장이 되었다. 눈이 너무 아프로 괴로웠다. 내일은 병원에 가볼까 진심으로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나는 비교적 짠돌이 이기 때문에 하루이틀 아프고 말 것이면 병원에 잘 가지도 않는다. 그런데 예상밖에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니 병원생각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너무 괴로워서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고 있었다. 20분정도 지났을까... 수거했던 컴퓨터를 다른 컴퓨터로 가져왔다. 전원을 켜보니 얼피보아 나의 데이터가 모두 마이그레이션 된것 처럼 보였으나, 조금 더 건드려보니 셋업을 새로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내일 하루만에 모든 셋업을 끝내고 서류정리하고 수요일에 출발해야한다... 오늘 하루 너무 힘이 들었으니 다시 일찍 잠을 청해본다. 이번에 잠을 자고 일어날 때에는 눈이 좀 편안하기를 기도하며...

 

제 4일차 : 23년 4월 26일 화요일

 진짜... 이럴 수 있는가. 전혀 변한 것이 없다. 눈을 뜨기가 힘들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아프다. 일단 어제 PCR검사 받은 결과를 정해진 양식에 받아와야하기 때문에 외출을 신청했다. 그러면서 팀장과 잠시 이야기를 해보았다. 안과 어디 잘 아시는 곳 있나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안과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배곧서울안과"라는 곳인데 주차 가능하고 예약은 받지 않아 선착순이었다. 먼저 들어가면 접수를 하고, 안압측정을 한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노란 조명이 있는 현미경 같은 것으로 눈을 관찰했다. 눈알을 왼쪽, 오른쪽으로 굴려가면서 관찰한 결과 눈에 염증이 난 것이니 염증치료를 하면서 상황을 보자고 하신다. 피곤해서 생긴 염증이기 때문에 피곤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줬다. 나는 분명 피곤하지 않도록 3일씩이나 10시간 이상 잠을 자고 있었다. 흠... 그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이상한 것이 아닌가? 일단 소염제와 항생제 처방을 받았으니 이것을 사용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오늘 출근하기 전부터 마음을 먹었다. 오후에는 반차를 쓸 것이다!! 점심을 먹고 퇴근하는데 이상하게 오한이 들었다. 추웠다. 이상하다.. 비가오긴 하지만 이렇게 추운 날은 아닐텐데... 그렇게 집에가서 낮잠도 자고 저녁먹고 밤잠도 잤다. 왜냐하면 새벽 5시 버스를 타고 공항에 가야하기 때문이다.

 

제 5일차 : 23년 4월 27일 수요일

 일본 출장은 중요한 임무가 있어서 가게 되었다. 내가 책임자이고 내가 신청자이기 때문에 취소할 수가 없다. 이를 위해서 긴급하게 3일만에 임원 승인까지 받아낸 업무이다. 그래서 눈 상태가 좋지 않지만 일단 다녀와서 성과를 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후배도 한명 데려간다. 이 친구를 일본에 소개시키고 키워줘야한다. 이를 위한 다리놓기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본에 새로운 사람이 부장을 하고 있어 인사도 해야하겠다. 이런 여러가지 임무를 가지고 일본을 향해갔다. 일본회사에 도착했다. 5년전에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보였다. 반가웠지만 나의 텐션이 올라가주질 못했다. 눈이 너무 불편했고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었다. 일단 관계자를 소집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새로운 부장을 모시고 회식(노미카이)도 했다. 부장은 생각보다 나이스 한 사람이었고 총무도 시간을 잘 지켜서 20시에 마무리가 되었다. 후임과 함께 호텔로 향했고 호텔에 들어가기 전 나의 컨디션을 위해서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구매했다. 조금이라고 당분을 섭취하면 몸이 좋아지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가지고... 호텔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눈 상태를 보는데 조금 이상했다. 아주 작고 작은 다래끼 같은 것이 생겼다. 그리고 눈썹 주변에 오돌토돌하게 작은 뾰루지가 생겼다. 음?? 왜그러지? 인터넷 검색을 엄청 열심히 해봤다. 결과 헤르페스 즉 대상포진일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그 말로만 듣던 무시무시한 병에 걸리다니... 참 암담했지만 일단 병원부터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일 출근하면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해야겠다.

 

제 6일차 : 23년 4월 28일 목요일

 과장의 도움을 받아서 일본 안과에 예약을 진행했다. 나는 현지인이 아니며, 여행자 보험으로 비용처리가 되는지 확인을 위해서 총무에 문의를 몇번이나 했지만 보험사에 문의해보라고 전화번호만 던져주는데 심지어 없는 번호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돈 주더라도 진료받으러 가야겠다. 이젠 죽을것 같아서 못참겠다! 그래서 일본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후배가 업무를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일본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서 환경을 셋팅해주고 길을 나섰다. 오늘 상태를 대단히 심각했다. 어제 밤까지만 해도 작은 뾰루지 집단이었지만, 오늘은 눈 다래끼가 많이 커졌고, 뾰루지 집단이 성장하고 수도 많아졌고, 콧등, 코끝까지 분포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살짝 내려보니 마스크에 고름이 묻어있었다. 위기감을 느꼈다.

 신요코하마에 아오이 안과가 있다. 일단 방문하면 회원가입을 하고, 안압검사와 시력검사를 진행한다. 의사선생님은 여자분이신데 차분하시고 살짝 자비가 없으시다. 노란불, 파란불(조명)로 관찰을 하시는데 장갑을 낀 손으로 눈커플을 뒤집으신다. 좀 놀랐다. 검사를 마치고 소견을 듣는데, 나는 문진표에 헤르페스 의심이라고 적었다. 눈에 손상이 있다고 했고, 주변에 수포가 올라온 것을 보아 헤르페스 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 거기에 내가 마스크를 내리고 코끝에도 수포가 있어요! 라고 하자. 아라! 그러면 대상포진이 확실하네! 라고 했다. 처방은.. 눈에 들어가도 괜찮은 헤르페스 약을 처방받았고, 피부과에 가서 항바이러스 약을 처방받으라고 했다. 일단 내가 의심했던 대상포진이 맞고 피부과에 가야한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비용처리가 문제였다. 대상포진.. 과연 여행자 보험처리가 가능할까? 후배한테 물어보니 AIG에서 문서가 와있다고 한다. 그래서 문서를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상세히 읽어보았다. 보험금 청구 서류로는 진단서, 진료영수증, 약국영수증이 필요했다. 안과에 문의를 해보았다. 진단서를 받을 수 있느냐. 해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 어떤 내용이 필요하냐고 한다. 그러면 내용을 좀 알아보고 다시 요청하겠다고 했다. 서둘러 피부과를 향했다. 피부과는 13시에 닫기 때문에 빨리 가야했다. 피부과에 도착했고 동일하게 회원가입을 하고 문진표에 안과에서 헤르페스 진단을 받았다고 썼다. 진료실에 입장하니 의사가 바로 헤르페스가 맞다고 하고 안내 책자를 주었다. 그리고 어떤 약을 처방할지 소개를 하고, 주의할 것에 대해서 상세히 알려주었다. 바르는 연고도 처방해주었는데, 수포의 표면을 덮어 감염을 막아준다고 한다. 그렇게 피부과도 진료를 마치고 진단서에 대해서 물어보자 3300엔이 든다고 한다. 어라... 뭐 서류하나쓰는데 3만원이나 받아처먹나 싶었다. 그래도 이거 제출해야 병원비를 돌려받을 수 있으니 달라고 했다. 그러던 중에 보험사의 문서를 자세히 보니 보험금 청구 양식이 주어져있었고 병원 관계자가 작성하도록 지시가 되어있었다. 그래서 문의를 했다. 이거 혹시 작성 가능한가요? 아니요.. 외국 문서를 작성을 할 수 없어요. 일본어라면 작성해드릴 수 있는데... 그래서 다시한번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안과로 향했다. 안과에도 양식을 보여주면서 써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봤는데, 출력해주면 써보겠다고 한다. 내일 출력물을 가져와서 요청을 드리겠다고 하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약국에 들렀다. 회원가입을 하고 약을 기다렸다. 약사가 나를 부른다. 각 약에 대해서 소개를 해준다. 참 이런 부분은 친절해서 좋았다. 비싸긴 오지게 비싸다. 안과, 피부과, 약국 다합해서 30만원정도 썼다. 이제 빨리 점심먹고 회사로 복귀하자. 회사에 복귀해서 보험사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고 관계자와 통화를 직접했다. 그래서 진단서에는 병명만 알 수 있으면 보험금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행이다. 진단서 그냥 받으면 되겠다! 그렇게 하고 하루 스케쥴을 아주 빠듯하게 진행해서 마무리를 했다. 이제 마지막 금요일 스케쥴만 남았다. 후배한테 금요일에 할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려주었다. 목적과 목표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면 목표달성이라고 까지... 그렇게 무사히 퇴근을 하였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증상이 있었다. 머리 뒤통수가 찌릿찌릿 하는 느낌이었다. 아주 놀랄 정도로 찌릿해서 틱이 올것 같았다. 그리고 눈썹 주위로  그리고 이마쪽에서 그믈형상의 전기 느낌이 들었다. 나 죽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항바이러스 약을 받았으니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약을 복용했다.

 

제 7일차 : 23년 4월 29일 금요일

 얼굴이 더 난장판이 되었다. 항바이러스제를 먹었으니 좀 증상이 심해지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아침부터 유튜브를 엄청검색했다. 어떤식으로 치료가 진행되는지 대상포진이 어떤 질병인지 어떤 것을 주의해야하는지 등등... 결론은 대상포진은 신경속에 살고 있는 수두 바이러스가 평소에는 몸의 면역이 강하여 쭈글이가 되어있다가 몸이 약해졌을 틈을 타고 발작을 일으키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감기와 같이 몸이 약할 때 나타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며, 신경을 타고 다니기 때문에 신경이 다니는 라인에면 수포가 발생하여 띠모양을 만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은 수포가 3주정도면 대부분 사라지는데 이후에 있을 신경통이 사람 죽인다는 것이다. 신경통이 심하지 않으려면 조기에 진단을 받아 항바이러스제를 먹어야 하는데, 발진 후 72시간이란다. 즉. 3일 내에 바이러스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6일차에 먹었으니 많이 늦은 편이다. 게다가 나는 다른 부위도 아닌 얼굴에 왔다. 시신경 손상 뇌수막염 등 엄청 위함한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신경주사 또는 신경절단술이 불가한 위치이며, 안면 근육 마비 등... 사람 겁나게 하는 내용들이 쏟아져나왔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당장 귀국해서 뭐라도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후배한테 출근 못하겠다고 했고, 한국에는 오늘 긴급으로 복귀할 수 있는 항공권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파트원에게도 부탁하고, 한시간정도 시나서 총무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고 하길래 팀장한테 다시한번 부탁했더니 팀장이 직접 핸드폰 들고 총무 사무실까지 찾아가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그래서 항공 예약을 변경하여 밤 8시 출발 비행기로 복귀를 할 수 았게 되었다. 비행기에서 승무원한테 진통제 뭐있냐고 물어보니 "타세놀"있다고 한다. 타세놀은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핵심 성분이 500mg이나 함유되어있는 좋은 약이다. 일주일간 타세놀을 하루 3알씩 달고 살았지만 부작용은 없었고, 약발도 잘 받아서 뒤통수에서 찌릿하는 느낌도 약발이 받는 동안에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제 8일차 : 23년 4월 30일 토요일

 어디 병원을 가야할까 ...? 여친도 대상포진을 겪어봤다. 그래서 마취통증의학과를 가야한다고 한다. 그래서 검색을 해주었다. 일산에 "다편한마취통증의학과의원"이 있다. 나는 이런곳에 다녀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일단 여친의 추천대로 가보기로 했다. 일단 접수하시는 분의 응대에 많이 놀랐다. 내 얼굴을 보더니 대상포진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고, 발병 시기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접수대의 직원과 진료상담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일단락 하고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렸다. 진료실에 들어갔을 때 남자 의사 선생님이 계셨다. 좀 놀랜 기색이 보였다. 나는 발병시기부터 지금까지 어떤 현상과 어디서 어떤 진료를 받고 어떤 약을 먹고 있었는지 히스토리를 이야기 했다. 의사선생님은 대상포진 중에서 얼굴이 제일 위험한 위치라며 잘 케어해주어야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상포진 균이 보통은 척추의 한쪽 신경에서 살고 있어서 몸의 반쪽에만 반응이 일어나며, 이를 가장 빠르게 해소하는 방법은 척추 근처 신경에 항바이러스 주사를 넣는 법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얼굴은 신경의 근원이 머리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사바늘이 접근할 수가 없으므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간접적인 방법으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고 한다. 대상포진의 우휴증에 대해서 많이 강조를 하셨다. 처방은 이러하다. 이미 가지고 있는 항바이러스제와 피부과의 연고는 그대로 사용하고, 소염제를 강하게 처방할테니 혹시 몸에서 받지 않으면 먹는 것을 중단해도 좋다고 한다. 그렇게 이야기 할 정도로 강하게 지어준 모양이다. 그리고 소염제가 들어간 영양제를 맞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나도 얼핏 정보를 검색하면서 잘 먹고 잘 쉬는 것으로 면역력을 높여야 빨리 낫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양제 맞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참 감사하게도 영양제의 성분을 의사선생님이 직접 조합한다고 한다. 시중에 파는 것을 그대로 놓아주는 것이 아닌 생리식염수 베이스에 필요한 것들을 조합해주는 방식이라고 하니 놀라웠다. 내가 맞은 것은 비타민 고농축, 마늘, 그리고... 다 기억나지 않는다. 코에서 마늘냄새가 많이 났다. 영양제를 다 맞는데 30분 이상 걸린 듯 하다. 병원을 나오고 점심을 먹는데 아직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쯤 조금씩 기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짐정리도 하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데, 눈도 잘 떠지고 기운이나서 텐션이 올라왔다. 오! 이거 약발 좋은데? 여친도 영양제 맞기를 잘했다며 함게 기뻐해줬다. 이렇게 극적인 몸의 변화를 느끼면서 부모님이 영양제 맞으면 바로 반응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렇구나 부모님께 이런거 해드리면 많이 좋아하시겠다. 돈이 드니까 아까워서 못하셨겠지만 부모님이 기뻐할 수 있다면 이정도 쯤이야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대상포진 환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수포에 나온 고름에는 바이러스가 있기 때문에 전염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얼굴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하고 혹시 만졌다고 하더라고 손을 열심히 씼어야 했다. 음식은 같은 그릇에 같이 먹어도 상관없었다. 고름만 조심하면 된다. 약발은 안타깝게도 저녁이 되니 조금 사그러들었다. 눈이 무거워졌고 급 피곤해졌다. 계속 잠을 자고 싶었다. 그리고 놀라운 느낌을 체험하게 되었다. 신경을 따라서 무엇인가가 이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바이러스 균이 소염제한테 쫓겨다니면서 도망치는 것일지도 모르겠고, 어쩌면 수포를 만들어내는 액체가 이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마 근처에서 물기가 맺히고 흐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누워있으면서 상상을 했다. 이거 아마도 수포에 있는 고름이 밖으로 빠져 나오는 것일 거야! 그래서 수포가 줄어들면서 내일은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생각했다. 눈 안쪽에도 수포가 생겼는데, 수포가 터지면서 눈물이 맺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 느낌이 오자마자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휴지를 바늘같이 뾰족하게 접어서 눈커플 안쪽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살짝 노란끼가 있는 것으로 보아 고름이 맞는 것 같다. 다시 자리에 누웠다. 어느새 콧등부터 눈썹, 이마, 뒤통수, 귀, 뒷목, 어께까지 이어지는 묘한 느낌... 마치 파마한 머리카락 한 뭉치로 살살 간지럽히면서 이동하는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 바이러스균들 빨리 쫓겨나거라!

 

제 9일차 : 23년 4월 31일 일요일

 약빨은 다 끝났다. 일주일에 두 번 오라고 하는데 그냥 매일가고 싶다. 화장실에 가서 얼굴을 살펴보니 수포가 줄어들었고, 노란 고름이 많이 삐져나왔고 굳어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얼굴을 비누로 씻는 편이 오히려 좋다고 이야기 해줬기 때문에 제대로 씻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비누를 들고 거품을 내서 손끝으로 조심스레 노란 녀셕들을 비비면서 녹여냈다. 수포의 피부도 많이 약했는지 터질것 같은 반응을 보이길래 더 조심했다. 괜히 터트렸다가는 흉터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최대한 정성껏 불필요한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닦아주었다. 그리고 손을 물로 깨끗이 씻고 얼굴에 묻은 비누를 살살 닦아주었다. 그리고 연고를 발랐다. 연고를 바르는데 미처 다 녹이지 못한 노란 아이들이 떨어져 나왔다. 어라? 이러면 땡큐하지? ㅋㅋ 얼굴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기분좋았다. 연고를 정성껏 발라서 배리어를 만들어주었다. 오늘도 고름이 많이 나와라~ 그래서 내일은 수포가 더 작아질수 있게! 눈에 있는 수포는 소염제의 효과인지 눈에띄게 크기가 줄었다. 그래서 어제까지만해도 눈을 잘 못뜨고 다녔는데 오늘은 조금 눈을 뜰만하다. 효과가 바로 나타남에 기뻤다. 강력한 소염제를 아침 저녁으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아침식사와 저녁식사는 거~하게 먹어야 했다. 가능하면 고기류를 먹고 식사를 마치자마자 약을 먹었다. 그리고 혹시 몰라서 디저트도 먹어서 최대한 위를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인지 위가 아프다던가 쓰리다는 느낌은 받아보지 못했다. 참 다행이다. 눈에 이물감도 많이 줄어서 눈물이 하루종일 흐르던 현상도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눈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눈이 많이 힘들어해 하면서 뻐근함을 느꼈다. 그래서 잠을 많이 자야했다. 그래도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쓸수 있을 정도까지 되었다. 자세한 내용을 담아야 읽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지금은 이정도로 만족을 해야하겠다. 좀 더 정상적인 몸상태가 되면 전체적으로 리뷰를 하고 요약해서 보기좋게 글을 다시 써볼 예정이다.

 

 대상포진으로 겪을 일들을 상세하게 적어가고자 한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와 같은 경험을 한 글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다들 병원 광고를 많이 했고, 대상포진이 무엇인지에 대한 글만 잔뜩했다. 실제 대상포진을 겪으면서 어떻게 했는지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것을 주의해야하는지 등의 실생활적인 것들을 알고 싶었는데 전혀 얻을 수 없음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글을 쓰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혹시 더 듣고 싶은 이야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덧글로 달아주면 좋겠다. 대상포진이 다 나을때까지 일기형식으로 작성할 예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답을 할 것이다.

 

대상포진으로 힘들어하거나 걱정을 한아름 가진 분들 이글을 읽고 희망을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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